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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 정당(政黨) 현수막, 과연 정당(正當)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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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6-03-3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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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시의회 이윤하 의원



오늘 우리의 거리와 골목, 그리고 아이들이 오가는 통학로까지 점령하고 있는 정당 현수막의 현실을 마주하며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이 모습이 과연 시민을 위한 정치인지, 아니면 시민을 피로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정치 공해인지에 대해서다.


2022년 「옥외광고물법」 개정 이후 정당 현수막은 허가나 신고 없이도 설치가 가능해졌다.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현실은 그 취지와 거리가 멀다. 지금 평택의 거리는 정책과 비전이 경쟁하는 공간이 아니라, 혐오와 비방이 난무하는 정치적 소음으로 가득 차 있다. 현수막의 내용은 점점 자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상대를 설득하기보다 공격하는 데 집중하고, 시민을 위한 정책 제안보다 감정을 자극하는 문구가 앞세워진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표현의 문제를 넘어 시민을 향한 언어적 폭력에 가깝다. 실제로 많은 시민들이 불쾌감과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는 점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정치가 시민의 신뢰를 잃는 순간, 그 피해는 결국 시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설치 방식 또한 심각한 문제다. 현행법에는 개수 제한, 게시 기간, 어린이보호구역 금지, 소화전 인근 설치 제한 등 최소한의 기준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평택시가 17만 건의 불법 현수막을 정비하는 동안, 정당 현수막 정비는 322건, 전체의 0.2%에 불과했다. 과태료 부과는 단 한 건도 없었고, 올해 역시 1만 2천 건을 정비하면서도 정치권에는 여전히 사실상의 ‘면죄부’가 주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통상적 정당 활동’이라는 모호한 명분 뒤에 숨어 법적 책임이 무시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법을 만드는 주체가 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시민에게 법 준수를 요구할 정당성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행정의 태도다. 평택시는 불법 현수막 정비에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시민이 체감하는 공정성은 여전히 부족하다. 수십만 건의 불법 현수막이 정비되는 동안 정당 현수막에 대한 조치는 극히 미미했고, 과태료 부과 역시 사실상 전무한 수준이다.


시민에게는 엄격하고 정치권에는 관대한 이중잣대가 존재하는 한, 행정에 대한 신뢰는 회복되기 어렵다. 물론 이 문제는 평택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적으로 정당 현수막 논란이 확산되면서 국회에서도 법 개정 논의가 이어지고 있고, 행정안전부 역시 혐오·비방 표현을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상위법 개정만을 기다리며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책임 있는 행정의 자세라고 보기 어렵다. 시민의 불편과 안전 문제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방향을 바꿔야 한다. 표현의 자유는 책임과 함께할 때 비로소 존중받는다. 정당은 스스로 자정 노력을 통해 혐오와 비방 중심의 현수막 문화를 정책 중심의 건강한 경쟁으로 전환해야 한다.


행정 역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불법에는 예외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더 나아가 시의회와 집행부, 정당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평택형 자율 규범’을 마련하고, 시민의 일상을 지키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는 시민의 삶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거리 풍경은 시민을 위한 정치라기보다 시민을 지치게 만드는 정치에 가깝다. 비방 대신 정책을, 혐오 대신 책임을, 혼란 대신 질서를 세우는 것. 그것이 우리가 회복해야 할 정치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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